🛸 여러분은 공연 관람을 좋아하시나요? 뮤지컬이나 콘서트, 거리를 걷다 기약 없이 마주치게 되는 버스킹까지.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공연을 보게 됩니다. 공연은 관객에게 벅차고 충만한 시간을 선물해 주어요. 그러나 탄생하는 동시에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삶의 순간이 그렇듯이 말이에요.
하지만 사라졌다고 무의미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사라질 것을 알기에 그 순간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죠. 이번 레터에서는 소멸하기에 아름다운 ‘공연’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짧은 찰나에 흠뻑 빠져들었던 나를 기억하며 오늘의 문을 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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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에는 언제부터 극장이 많아졌을까?
수많은 극장이 밀집된 연극계의 메카. 젊음과 낭만의 거리. 대학로라고도 불리는 ‘혜화’는 언제부터 문화의 거리가 되었을까요? 서울문화재단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대학로가 본격적으로 문화예술의 거리가 된 것은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구로 이전하면서부터입니다. 서울대학교 본관이 있던 터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들어서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가 대학로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1990년대 들어서는 ‘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이 진행되었고, 현재 대학로에 밀집한 공연장의 약 60%가 이 시기에 건립되었다고 해요. 단일 지역에 이렇게 많은 극장이 모여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여러분도 날씨가 좋은 날 혜화에서 공연을 관람해 보는 건 어떨까요? 최선을 다해 사라지고 탄생하길 반복하는 공연들, 그리고 그 탄생과 소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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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이 주체가 되는 이머시브 공연
최근 이머시브 형식의 공연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머시브 공연이란,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배우와 관객이 상호작용하는 공연이에요. 이머시브는 ‘흡수하다’, ‘몰입하다’란 뜻을 가진 어원 ‘Immers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머시브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흐릿해요. 따라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 아닌 공연의 ‘주체’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되죠. 주체가 되어 직접 공연을 이끌어가는 듯한 느낌은 관객이 공연에 더욱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관객이 극에 개입하기 때문에 같은 공연이어도 흐름이 매번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어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연주자와 배우가 객석을 누비며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입니다. 가족 뮤지컬 <알피>는 극장의 객석을 사용하지 않고 무대 전체를 객석으로 변형해서 공연 했어요. 무대의 4면을 스크린으로 채워 분리된 공간을 만듦으로써, 관객이 배우와 같은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연출했습니다. 또, 혜화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연극 <쉬어 매드니스>처럼 관객이 직접 추리하여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공연도 있죠.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작은 시간을 투자해 이머시브 공연을 관람해 보세요. 상상만 해왔던 환상 속의 세계를 현실로 불러오는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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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완성하는 박수 에티켓
공연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가 ‘박수 에티켓’인데요. 특히 클래식 공연은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곡이 끝난 후의 ‘침묵’과 ‘여운’까지 연주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음이 모든 좌석으로 퍼지려면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예요. 모든 좌석에 똑같이 소리가 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내가 듣는 것과 다른 관객이 듣는 소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클래식 공연에서 박수는 언제 치는 것이 좋을까요? 첫 번째는 연주자가 입장할 때, 두 번째는 마지막 악장의 연주가 끝났을 때입니다. 클래식은 여러 개의 악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하나의 악장이 아닌 모든 악장이 끝났을 때 박수를 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판소리 공연은 ‘얼쑤’나 ‘지화자’ 등의 추임새를 연주 사이사이에 넣어주어도 괜찮아요. 판소리는 관객과 소통하며 무대를 꾸려가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연마다 다른 특징을 알고, 침묵과 반응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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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쓰인 비평,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작가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공연예술에 대한 비평 에세이입니다. 프랑스에서 6년, 한국에서 2년 동안 마주한 것들에 관해 썼다고 해요. 이 책은 주로 공연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사라지는 것’, ‘소멸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공연이 ‘시간예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 존재 방식이 시간에 기대고 있어,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예술. 작품을 다 본 순간 그것은 이미 세상에 없다. 그것은 사라졌다. 남는 것은 기억뿐이며, 기억도 금세 바스러진다. (중략) 시간예술의 근본에는 슬픔이 있다.”
작가의 말처럼 사라지는 것의 근본에는 슬픔이 있어요. 공연과 삶도 마찬가지죠. 행복했던 순간은 찰나이고, 우리는 그것을 빠르게 잊습니다. 좋았던 것을 되짚어 보려고 하면 구체적인 장면이 아닌 감정만이 머릿속을 부유할 때가 많아요. 그러나 공연이 사라져도 그것을 본 기억과 몸은 남습니다. 짧은 공연에서 얻은 기억의 조각들은 1년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하며, 나도 모르는 새에 나의 일부가 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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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혼자만의 춤
작가는 ‘솔렌’이라는 챕터에서, 2010년 서울에서 보았던 <아웃 오브 콘텍스트 – 피나 바우쉬를 위하여>라는 작품을 회상합니다. 이 공연은 끝날 때쯤 무용수가 객석을 향해 ‘누가 저와 함께 춤을 추시겠어요?’라고 질문하는 특징이 있었다고 해요.
“그날 커튼콜이 끝난 뒤 나는 울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어째서 춤추겠다고 하지 못했을까, 눈물을 쏟으며 그는 자신의 근원적인 용기 없음에 절망했다. 그것은 춤에 관한 질문이었으나, 누군가는 삶을 생각했다.”
여러분은 무대 위 무용수가 내민 손을 선뜻 잡을 수 있나요?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혹은 누군가 기쁘게 바라봐 주는 것처럼 춤출 수 있나요? 아마 망설이다 지나쳐 버리는 순간이 많을 거예요. 그러나 이 공연은 결말이 매번 달라졌습니다. 아무도 춤추지 않는 날이 있는 반면, 어떤 날은 관객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우기도 했어요. 오늘 춤추지 못했다고 해서 내일도 출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비록 용기 없는 하루를 보냈더라도 내일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눈치채지 못할 뿐, 우리는 순간마다 변화합니다. 그리고 비슷해 보이는 작은 디테일의 변화에도 관객은 전혀 다른 감동을 느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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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제전
러시아의 무용수이자 안무가 니진스키를 아시나요? 니진스키의 안무 중 역작이라고 평가받았던 <봄의 제전>은 모종의 사건을 거치며 작품 자체가 영원히 소실되어 버렸습니다. 20세기 안무가들은 원작의 복원을 단념한 채 자신만의 제전을 만들거나, 화가의 크로키를 보며 이미지를 연결 짓고 재배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춤은 완벽히 복원될 수 없었어요. 작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예컨대 두 장의 이미지가 있고, 그 둘이 서사적으로 연속된 몸짓임을 파악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우리가 춤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춤은, 모든 움직임은,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포즈로부터 다른 포즈로, 어떻게 건너가는가가 생을 이루기 때문이다. 단지 건너왔다는 사실 자체는 상실의 허무를 면할 수 없다. 건너옴 사이, 틈새와 균열 속에 있던 것들, 거기서 살아 있고 반짝였으며 끝내 흘러가 버린 것들이 실은 전부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공연 비평을 잘 읽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글을 읽다 흥미가 생겨도, 이미 그 작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내가 본 그것을 결코 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묘사하는 나의 문장은 당신에게 기어코 낯설 것이다.’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나라는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하는 관객은 오직 나만이 될 수 있어요. 어떤 기억의 파편으로는 나 자신이 건너온 순간의 감정을 온전히 설명해 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살아가는 것이 아무도 없는 빈 극장에서 춤을 추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거기서 살아 있고 반짝였으며 끝내 흘러가 버린 전부’의 유일한 목격자가 될 수 있어요. 아무도 보지 못한 공연을 혼자 볼 수 있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 아닐까요? 막이 내리지 않는 ‘삶이라는 무대’를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여러분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레터 마치겠습니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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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스물일곱 번째 문에서는 ‘문밖의 소울메이트’라는 주제로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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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 프리다 칼로의 주마등을 쇼뮤지컬에 담았다.
그녀가 삶을 무사히 완주해 내는 순간까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되는 뮤지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2023.08.01~2023.10.15 현재 공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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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공연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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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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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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