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문밖레터의 첫 번째 편지입니다. 앞으로 매달 10일마다 여러분의 문을 열고 문밖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새 피부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진 것이 느껴지네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다가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두렵기도 합니다.
대중교통이나 정류장에서 누군가가 머무르던 자리에 앉으면 남아있는 미지근한 잔열이 몸을 감싸주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주 추운 겨울에 그런 온도를 감지하면, 나를 위해 데운 자리는 아니지만 어쩐지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된 잔열이 각자의 자리에 흩어진 채 살아가는 우리를 지켜줍니다. 오늘은 개인의 외로움과 삶을 지속시키는 타인의 잔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춥지만 미지근한 온기가 남은 문밖으로 가기 위해, 문지기와 함께 문을 열어주세요!
|
|
|
🗨️고립된 세대
코로나가 끝나가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했지만, 청년세대의 고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어요. 특히 청년 1인가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관악구는 2022년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20대의 ‘외출, 커뮤니케이션이 적은 집단 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해요. (출처: 서울시민생활데이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시기가 지속되며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 적은 1인 가구 청년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삶의 만족감을 낮추고 청년 우울증에까지 빠지게 합니다.
|
|
|
🔒타인에 대한 혐오는 외로움으로부터
태어난 지 3개월 된 생쥐를 우리에 홀로 가뒀다가 4주 뒤 새로운 생쥐를 투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동안 외롭게 지낸 생쥐가 다른 생쥐를 환대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생쥐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2003년, 미국국립과학원에서는 이러한 실험을 통해 고립 시기가 길어질수록 경계심과 공격성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리고 이 결과는 인간에게도 동일합니다. 외로움과 공감 능력의 감소는 연관되어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관점을 이해하기보다, 주변을 경계하고 위협 요소를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관점에서 살아가는 타인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다름’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혐오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 다름의 문제는 개인주의, 각자도생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어요.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심리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함으로서 나 또한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이해는 결코 타인만을 위한 것은 아닐 거예요. 타인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타인의 잔열을 느끼고 나와 같은 온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
|
|
🔑중장년 고립 가구를 위한 복지 정책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고립되고 얼어붙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고립 된 제도권 밖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해 복지 정책을 세운 주민들도 있습니다. 전주복지재단은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관내 사회적 고립가구의 주민관계망 형성 구축 사업을 이루었다고 해요. 관이나 나라에서 고립가구를 위한 복지를 시행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나선 사례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부모,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며 건강조차 챙기지 못하는 중장년 가구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여 활동 반경을 늘리는 것이 주요 활동이에요. 1인 가구들은 대게 마음의 문을 닫고, 조용히 잊힌 채 지낸다고 합니다. 제도권 밖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타인과 연결되어 그들의 도움을 주고받아야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잊혔던 사람들이 다시 활동하여 우리 사회의 ‘잔열’을 높이고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
|
|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
우리는 각자 ‘나’라는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공동체 속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삶을 살아가며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은 50명의 주인공과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50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독특한 소설이에요. 소도시의 대형 병원을 거점으로 병원 내부의 노동자들과 환자들, 그들의 가족과 그 주변 상인들이 이야기를 꾸리고 있어요. 직업도 나이도 모든 게 다른 주인공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연결되어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정세랑 작가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계층, 연령대, 그룹의 사람이 묻히지 않는 게 목표였다. 성소수자, 외국인, 장애가 있거나 낫지 않는 병이 있는 사람…. 그들의 가볍고 즐거운 목소리, 그들이 고통 속에서 내는 목소리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종의 모델하우스처럼 만든 소설이다.”라고 말했어요.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변되지 않던 목소리는 <피프티 피플> 속에서 언젠가 만난 적 있던 이웃처럼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입니다.
|
|
|
💞바깥이 아닌 가장자리에
지구인 여러분들은 길을 걷다가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의 삶을 궁금해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피프티 피플>에서는 한 이야기에 주인공의 친구나 엑스트라처럼 잠시 등장했던 인물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되는 지점이 여러 번 발생합니다. 한동안 부지중이던 인물이 등장하면 반가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독자는 행복해보였던 인물들 역시 그들 나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누구나 사는 게 힘들다’ 라는 말은 언뜻 비관적이게 들리지만 이 보편적인 고난이 <피프티 피플>의 인물들을 이어준다고 생각해요. 내가 내 삶을 버티는 만큼 당신 역시 당신의 삶을 버티고 있으니까요. 아주 긴밀하고 특별한 관계가 아닐지라도 서로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각자의 삶을 버티는 것으로 힘을 주는 것, 존재만으로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이 타인의 역할이었습니다. 아주 커다란 비눗방울처럼 얇고 투명한 막이 이들을 감싸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바깥이 아닌 가장자리에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으로 삶을 지켜냅니다.
|
|
|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피프티 피플>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결핍은 그들의 고유성과 연결되지요. 결핍은 한 사람을 고유한 개인으로, 타인과 다른 특성을 지닌 존재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우리를 외롭게 합니다. 나와 당신의 결핍이 같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오해하고 미워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일 거예요.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결핍이 모여 서로를 채워주고, 우리를 얇고 길게 연결지어줍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인생은 오로지 좋지만은 않겠지만, 오로지 나쁘지만도 않을 거예요. 나의 가장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다는 것이,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현실을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피프티 피플>의 마지막 장에서 모든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의 삶을 구하는 에피소드는 이 작품의 피날레입니다. 공동의 위기 앞에서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언젠가 대립했던 인물들도 서로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돕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우리의 결핍은 구체적으로 다르지만, 함께 힘든 현실을 버텨내고 있고 그것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
|
|
|
가끔 벌이 귓속에 들어오는 미치광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인생이 오로지 나쁘지만은 않다고.
(…)
무르익은 중년의 두사람은 각자 부모의 발등 위에 올라가 춤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상대방의 어린 시절을 상상했다. 애잔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 선미의 발에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계속 계속 춤을 췄다.
우남이 선미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고개를 숙이느라 애썼더니 귓속이 조금 당겼다. 언젠가 선미의 쌍커풀이 다섯겹이 되고 여섯겹이 되더라도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76.
|
|
|
이와이 슌지, <립반윙클의 신부>
나나미는 SNS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하였지만, 늘어놓은 거짓말을 들키고 파혼을 맞이하게 됩니다. 나나미는 그 과정에서 다시 SNS에 빠져들고, ‘아무로’와 ‘립반윙클’의 도움을 받습니다. SNS속 인연들과 속고 속이며 거짓말을 하고, 거짓을 뛰어넘는 진심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
|
|
❓ 문밖의 물음표
타인과 연결되어도 잔재하는 외로움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
|
예술/문학 작품을 토대로 10일마다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들려드립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
|
|
SNS : outdoor_next (instagram)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