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연인과 가족들이 서로의 안녕과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연말.
연말에는 모두가 들뜬 채 행복한 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맘 때가 되면 우울해지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죠.
연말이면 누구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싶겠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독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연말연시라는 한정된 시기에 느끼는 우울감을 칭하는 ‘홀리데이 블루(Holiday blues) 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누군가에게 연말은 다음 해의 시작을 기약하는 준비 기간입니다. 또 누군가에겐 지진부진 했던 한 해에 방점을 찍는 기간이 되기도 하죠.
한 해를 어떻게든 만족스럽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미뤄왔던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이미 지나간 연인을 찾거나, 사랑을 나눌 이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문밖레터는 한적한 연말의 변두리에 서서, 사랑에 실망한, 혹은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전달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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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변합니다! 사랑의 3단계에 대해서
사실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의 뇌를 이해한다는 일과 같습니다.
인류학자인 헬렌피셔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발전하기까지는 일정한 단계와 절차를 거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뇌에서는 각 단계마다 강력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우리의 감정과 몸을 지배하게 되는데요, 피셔 교수는 이를 ‘사랑의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사랑의 첫 단계인 ‘갈망 단계’는 서로의 성 호르몬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우리는 상대에게 강한 흥분과 끌림을 느끼며 더욱 가까워지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인 ‘끌림 단계’에서는 흥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생성되는데요, 이에 성적 에너지가 증가하고, 상대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마음과 감정적으로 일체감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강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단계로 볼 수 있죠.
마지막 단계는 ‘애착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전의 ‘각성 호르몬’이 아닌 ‘사랑 호르몬’이 분비되어 서로에게 친밀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이 단계를 ‘사랑의 안정기’라고 부르기도 하죠. 안정기에 다다른 연인들은 상대에 대한 안전감과 신뢰감을 기반 삼아 세상을 개방적으로 탐색하게 된답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호르몬에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만남의 시간이 18~30개월 정도 흐르면 자연스럽게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거치며 많은 연인들이 이별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졌다고 해서 모든 사랑이 끝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1단계와 2단계를 담당하는 각성 호르몬에는 분명히 유통기한이 있지만, 3단계의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상대와 함께하는 동안 끊임없이 분비되는 호르몬이니까요.
늘 사랑이 주는 열정과 쾌락을 추구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사랑이 닳아 없어져 버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저 다양한 환경에 의해 사랑의 양상이 조금씩 변화할 뿐이죠.
상대와 함께 있을 때의 안정감과 행복은 감은 비로소 시간이 지난 후에 느낄 수 있는 값진 경험입니다. 사랑은 오롯이 호르몬의 분비와 변화로만 이뤄진 것이 아닌, 타인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감정의 총체이니까요.
사랑의 유한성에 절망하기에는, 아직 세상에 흩뿌려진 다양한 사랑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요?
사랑이 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인 간의 사랑이 ‘아주 없던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서로를 끝없이 갈망하고, 의지하며 세상을 헤쳐나갔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앞으로의 사랑을 이어갈 아주 강력한 힘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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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는 색안경, 스키마에 대해 알아보기
지구인 여러분들은 혹시 ‘스키마’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스키마’는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의 추상적 구조를 일컫는 말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프리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스키마’를 통해 정보를 분류하고, 합리적 판단을 하며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고 살아가게 되죠.
이토록 중요한 ‘스키마’도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한 번 생성된 ‘스키마’는 좀처럼 변하지 않으며, 개인에 따라 제멋대로 필터링 되고 왜곡되기 때문이죠.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의 시야는 스키마를 통해 좁아지게 됩니다
우리의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도 ‘스키마’는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과거의 연애에서 상처를 받은 이가 전 애인의 특징을 가진 타인을 꺼리게 되거나, 사소한 상대의 변화에 쉽게 이별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연애는 늘 불행할 것이라 믿는 것처럼요.
이처럼 안 좋은 기억으로 형성된 스키마는 새로운 연인을 건강하게 맺는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는 합니다.
만약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한 스키마가 나를 괴롭힌다면, 우리는 지금껏 맺어온 관계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스스로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관계의 어떤 부분에서 정확히 결핍을 느꼈고, 어떤 부분에서 행복감을 느꼈는 지 충분히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죠.
꼭 자신을 괴롭혔던 기억에 얽매여 미래를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가 우리를 움직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의 이별은, 그저 다음의 만남을 위해 필요한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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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록한다는 것
사랑하는 이에 대한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카메라를 빌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기록하고는 하죠.
영화계의 씬스틸러를 넘어 충무로를 주름 잡고 있는 구교환 감독의 <오늘 영화 : 연애 다큐>는 이러한 연인들의 애로사항을 그대로 옮긴 영화입니다.
그러나 <오늘 영화 : 연애 다큐>는 는 여타 로맨스 영화처럼 달달하지만은 않습니다.
40분 남짓의 짧은 영화는 한 커플의 사랑보다는, 그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내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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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 지망생인 교환과 배우 지망생인 하나는 오랜 커플입니다. 둘은 방송국에서 주체하는 영화제의 지원금 500만원을 타기 위해 자신들의 셀프 연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지만,
그 과정에서 취향, 성격, 사소한 부분까지 맞지 않는 서로에게 불만을 느끼고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교환과,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 늘 잠에 들어버리는 하나.
극중에서 교환의 시선으로 본 하나는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인물입니다. 또한 화가 나면 잠수를 먼저 타버리는 회피적인 인물이기도 하죠,
양념치킨을 좋아하는 하나와, 이를 알면서도 후라이드 치킨을 시키는 교환.
또한 하나의 시선으로 본 교환은 하나의 감정보다 재밌는 영화 소스를 더욱 신경 쓸 정도로 눈치없고 능청스러운 인물입니다.
교환과 하나의 모습처럼, 우리의 권태는 실제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상실되었을 때 가장 쉽게 찾아오고는 합니다.
극중 하나와 교환은 과거 자신이 노력으로 이해했던 상대에 대한 ‘차이’를 쉽게 ‘단점’으로 인식해버립니다. 그렇게 서로가 이해 받지 못 한다는 서운함에서 교환과 하나는 서로를 무신경하게 대하게 되며 이별이라는 결과를 마주해버린 것이죠.
🎞️필름 속 사랑, 필름 밖에 있는 사람
하나의 잠수 이별 이후, 교환은 영화제 심사 통과 소식을 듣게 됩니다.
상금 500만원이 아쉽기도, 하나가 보고싶기도 한 교환은 하나에게 전화를 걸어 ‘상금을 나누는 조건으로 다시 영화를 찍을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하나는 자신이 300만원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거래를 승낙하게 됩니다.
둘은 다큐를 재개하며, 전과는 달리 상대의 사랑에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여전히 연인의 모습으로 남기로 한 둘이지만, 풀지 못한 감정의 골은 씬이 추가될 수록 깊어지기만 하죠.
하나는 교환에게 ‘이거 끝나면 뭐할 것이냐’고 물어보지만, 교환은 여전히 둘의 관계가 아닌 다큐에 초점을 맞추어 바다에 갈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반면 교환이 하나에게 ‘왜 영화를 같이 하자고 했냐’며 물어보지만, 하나는 그런 교환에게 선뜻 대답하지 못 하죠.
이때 별 거 아닌 거 같던 대화를 통해 둘의 신뢰는 완전히 깨지게 됩니다. 하나는 교환에게 ‘영화가 아닌 관계에 대한 미래’를 듣고 싶었고, 교환은 하나에게 ‘회피가 아닌 진심’을 듣고 싶었을 테니까요.
교환의 아버지 환갑 잔치 이후, 하나는 더이상 교환과의 영화 촬영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대신 교환은 의미심장한 물건이 들어있는 택배를 받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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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게서 온 택배는 바로 산산조각이 난 도자기 조각.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교환이 영화제 심사 통과 소식을 듣던 순간, 사실 하나는 갤러리에서 비싼 도자기를 실수로 깨게됩니다. 도자기의 가격은 어연 300만원. 하나가 촬영 조건으로 교환에게 제시한 금액과 같은 액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가 오직 300만원 때문에 교환과 함께 하며 촬영을 이어나간 것은 아닙니다.
하나는 다큐를 찍는 동안 교환과의 옛 연애감정을 떠올렸고, 교환과 다시 한 번 관계 회복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교환은 여전히 하나가 아닌 영화에 몰두해있었고, 그런 관계에 회의감을 느낀 하나는 회복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마음을 깨진 도자기를 통해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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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만난 교환과 하나, 교환은 스카치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도자기를 품에 안고 나타납니다. 그리고선 이렇게 얘기하죠.
"이걸 내가 붙이면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 이걸 딱 붙여놓고 나서 보니까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줄 알아? 봐봐, 안 예쁘잖아.”
교환은 도자기를 이어붙이며 하나와 자신의 관계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 믿었지만, 막상 완성하고 나니 이리저리 금이 가고 깨진 도자기가 전처럼 아름답지 않은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미 깨진 마음을 이어 붙인다고 해서 온전해지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결국 깨진 마음은 깨진 채로 두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라 생각한 교환과 하나는 도자기를 바닥에 던져버리며 보다 호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관계의 끝을 인정합니다.
서로를 향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이별을 맞이하는 둘, 그렇게 연애 다큐는 초반에 나온 교환의 나레이션과 함께 끝이 납니다.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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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둘의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교환과 하나가 서로에 대한 원망과 권태 뿐만이 가득한 고루한 사람들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필름 밖의 하나와 교환은 서로의 단점을 포용하고, 이별에 진정으로 아파하며 상대를 그리워하던 열정적인 연인이었으니까요.
이러한 교환과 하나의 특별한 순간은 필름과 다큐멘터리 뿐만이 아닌, 서로만이 아는 무한한 시간과 기억 속에서 잔존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는 로맨스
로맨스 속 아름답고 헌신적인 사랑 만이 꼭 진실된 사랑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드린 영화처럼, 우리의 사랑은 서로 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지점과,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둘만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오늘 문밖레터는 연말을 맞아 ‘헤어질 결심’을 했거나, 이를 미뤄두고 있는 연인들을 위해 이해와 위로를 담아 찬찬히 적어보았습니다.
겨울은 모두가 취약한 계절입니다. 만약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당신을 즐겁게 해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행복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춥지 않을만큼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다음 계절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봅시다. 그때쯤이면 전보다 커다랗게 자란 행복을 싹 틔울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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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웹, <500일의 썸머>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은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썸머’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너무나도 다른 두 남녀가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을 독특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
우연의 일치가 사랑으로 이어지고, ‘차이의 확인’이 어떻게 이별로 이어지는지 주인공 ‘톰’과 함께 500일 동안 카운트를 세면서 공감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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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변화하는 사랑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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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학 작품을 토대로 10일마다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들려드립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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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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