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여러분들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언제부턴가 유행어처럼 쓰이기 시작한 이 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들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도 힘겨운 현대인들은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치열한 일상을 보내는 우리가 잊고 있었을 휴식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일상의 수많은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쉼’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오늘의 문을 활짝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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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자극에 노출됩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대화하거나, 수많은 소음 속에서 업무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인체가 분비하는 호르몬은 기억을 담당하는 두뇌 세포 간의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기억력은 물론 언어와 연산 능력에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죠. 명지대학교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 사고를 하려면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휴식은 뇌의 지능, 공감, 정서적 판단에 도움을 주며, 휴식 시 분비되는 호르몬 ‘아세틸콜린’이 기억과 학습력을 높이고 집중력을 향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경쟁과 열정을 강요받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휴식 시간조차도 우리는 독서와 운동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sns 핫플레이스를 방문하여 트렌드를 따르는 등 경쟁을 지속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낍니다. '갓생'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생산적인 여가를 원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가끔, 노동과 소비로부터 벗어난 휴식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고 확실한 휴식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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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지만 불편한 마음
니트족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학업, 취업 등의 활동이 없고 취업에 대한 의욕이 없는 청년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의 한국 청년 중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니트족’은 39만 명이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구직, 취업, 퇴직 과정에 지쳐 한동안 재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한 상태로 ‘번아웃’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었어요.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뽑았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근로자 사이의 임금, 고용 여건 격차가 번아웃 청년들을 낙담시켰다는 것이지요. 때로는 무기력하게 쉬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이거나 죄책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니트족들은 역설적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타인을 곁눈질하며 노력과 의지의 크기를 의심하게 되지만, 지쳤다면 반드시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번아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한 번 무기력해진 마음을 다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무기력에 빠진 몸을 다시 일으켜 보고 싶다면 일상 속에서 통제력을 유지하는 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주 가벼운 것이라도 좋습니다. 가벼운 운동을 하고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무기력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사소한 성취를 내는 감각을 잃지 않는 동시에, 가장 건강한 휴식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뒤처지는 게 아닌 나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위한 시간을 안락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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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율적이고 질 좋은 휴식
여유 시간이 길지 않은 현대인들은 가장 효율적이고 질 좋은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적절한 조명은 인간이 최상의 휴식 상태를 보낼 수 있도록 하지요. 대부분의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도록 진화된 인간은 자연광에 노출되었을 때 수면의 질과 기분 상태가 향상되며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받습니다. 한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창가에 앉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평균 46분을 더 잔다고 합니다. 또한 인공적인 환경보다 햇빛이 들고 녹지가 보이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창의성과 능률이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일상 속 대부분의 시간을 인공조명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생체리듬에 맞는 조명을 선택하는 것이 일상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파장이 짧고 푸른빛이 도는 주광색 조명으로 각성도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녁에는 온도가 높은 간접조명과 무드등 속에서 신체에 나른함을 주는 것이 좋아요. 생활환경의 개선은 일상 속 피로가 쌓인 우리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주변 환경을 조금씩 바꿔나가며 내 몸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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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
일상에 지쳐 아무도 나를 모르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영화 <안경>은 삶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작품입니다. <카모메 식당>으로 잘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또 다른 슬로우 무비기도 하지요. 쉴 새 없이 살아가며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지금, <안경> 속 슬로우 라이프를 감상하며 낮잠 같은 삶의 방식에 젖어 들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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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타에코는 일본 남쪽의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곳에서 만난 하마다 펜션의 주인 유지와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인 하루나, 봄마다 섬에 찾아와 빙수 가게를 차리는 여인 사쿠라는 타에코에게 휴식의 의미를 알려주지요. 유지는 자신이 그린 조악한 약도를 보고도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아온 타에코에게 ‘여기에 머물 재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유지의 말과 다르게 타에코는 바다를 사색하는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는 섬에서 지루함을 느낍니다.
‘휴대 전화가 통하지 않는 곳에 가고 싶어서’ 떠나왔다는 타에코는 누구보다도 쉼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쉬는 방법을 모르는 타에코에게 섬사람들의 일상은 낯설기만 합니다. 섬은 주변에 관광지도 없고, 한적한 곳이었죠. 아무런 가방 없이 섬을 찾아온 사쿠라와 무거운 캐리어를 이고 온 타에코. 이토록 상반되는 모습은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요. 타에코가 놓지 못한 짐은 섬에서의 사색을 방해하고, 섬의 시간에 ‘젖어’ 드는 데에 걸림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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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생활방식
타에코는 해가 뜨면 잠을 깨우는 사쿠라와 바다 앞에서 다 함께 하는 ‘메르시 체조’, 또 식사 시간이 되면 밥을 권하는 하마다 펜션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부담을 느낍니다. 삶의 방식이 다른 타인이 가득한 공간에서 혼자 하는 여행의 시간을 방해받는다고 느낀 타에코는, 하마다 펜션을 떠나 마린펠리스 펜션으로 숙소를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오전에는 밭일을, 오후에는 공부를 한다는 마린펠리스 펜션의 컨셉과 규칙을 듣고 결국 발길을 돌립니다.
마린펠리스 펜션을 떠나는 산길에서 자신의 커다란 캐리어를 내려놓은 타에코는 마침 자전거를 타고 길을 지나던 사쿠라의 뒷좌석에 앉아 다시 하마다 펜션으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은 타에코에게 자신의 생활규칙을 강요하지 않고, 타에코의 거절에도 기분 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이 살아왔던 방식 그대로 타에코의 곁에 묵묵히 존재할 뿐이지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타에코는 마침내, 하마다 펜션 사람들의 관계 속에 ‘젖어’ 들게 되어요. 해가 뜨면 목적없이 일어나 체조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소박한 식사를 한 뒤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안경>에서 말하는 휴식의 방법은 아주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용기가 있다면 목적 없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유지는 사색의 특별한 방법이 있냐고 묻는 타에코에게 ‘추억을 아련히 떠올린다던가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또한 사쿠라는 빙수를 팔 때 돈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종이접기나 악기 연주처럼 자신이 줄 수 있는 행복을 지불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타인과 행복을 공유하는 기쁨을 알리지요. 사쿠라의 빙수를 거절했던 타에코는 느긋한 시간 속에 여유를 부리며 사람들과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빙수를 먹습니다. 이 섬에 머물 재능이 있다는 유지의 말처럼, 타에코는 섬에 서서히 ‘젖어’ 들며 느리게 존재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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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감상하는 영화
사실 <안경>은 여타 영화들처럼 스토리를 이해하고, 장면의 숨은 의미를 파헤치며 보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속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여 잠을 청하고,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영화를 이어보기도 하며 온전한 휴식을 감상하는 영화지요.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타에코는 차창 밖에 기대어 바람을 맞다가 그만 안경을 떨어뜨립니다. 그녀는 놓친 안경을 바라보며 잠시 흠칫하지만 이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봄이 오면 벚꽃처럼 찾아왔다가 여름비가 시작되면 홀연히 사라지는 사쿠라처럼, 타에코도 쉼이 필요한 순간마다 이 섬을 찾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길게 이어진 문장보다 쉼표가 있는 문장이 더 잘 읽히듯이, 우리 삶에도 쉼표를 찍어주는 것은 더 잘 살아갈 원동력을 줍니다.
게을러도 괜찮은 낯선 섬의 따뜻함을 장면으로나마 기억하며, 오늘의 레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경>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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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스물두 번째 문에서는
‘문밖의 미성년’이라는 주제로 영화 <마미>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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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의 휴식>
줄곧 남의 눈치만 살피며 타인에게 맞춰 살았던 주인공 ‘나기’가 어느 날 과호흡으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힐링 드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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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휴식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 때는 언제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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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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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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