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덧 완연한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요즘처럼 햇빛이 따뜻한 날이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집 밖으로 나서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날씨도 좋은데, 우리 카페나 갈래?”
우리에게 카페는 일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공간입니다. 그와 동시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커피 한 잔과 함께 사색에 잠기거나, 즐거운 수다를 함께 하거나, 취향과 문화가 교류할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에게 카페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이번 문밖레터는 '도시 속 여유를 우려내는 곳' 카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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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탄생하는 곳, 카페의 기원
1650년경, 영국에 커피가 수입되면서 옥스퍼드와 런던에 첫 커피 하우스가 생겨납니다.
당시 커피 하우스는 신분과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었기에 철학자, 문인, 정치가들이 모여들어 토론의 장을 펼칠 수 있었죠. 이처럼 커피 하우스는 시민들의 견해와 권리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나라에 대한 불경이 걱정된 찰스 2세가 커피 하우스 폐쇄를 명했을 정도니까요.
이후 프랑스에서도 커피 하우스 문화가 활성되고, 마침내 1672년 파리에서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열게 됩니다. 손님을 초대하여 차와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커피를 사고 파는 공간’ 으로 확장된 것이죠.
근대의 커피 하우스는, 억압되어 있던 자유와 지성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의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의 카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입니다.
시민들이 대화를 통해 자유를 찾았던 것처럼, 대화와 소통은 생각보다 막대한 영향력을 지닙니다. 이를 위해 사람 간의 연결 지점을 만들어주고,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사회적 시간’을 카페가 제공하는 것이죠.
여러분도 카페에 가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상대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향긋한 커피를 곁들이면, 나도 모르는 새에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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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사랑을 전해요, 사회적 선순환을 돕는 이색 카페
서울시 서초구에서는 코로나 19로 암흑기를 맞은 청년 작가의 활동을 도모하기 위한 ‘청년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 예술가는 전시 공간을, 주민은 일상 속 그림을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지난 4년간 청년작가 170명의 작품 500여점이 동네 카페에 전시됐으며, 이 중 30점은 카페를 방문한 고객에게 판매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당선자들을 보면, 전공자들뿐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청년, 출산·육아로 일을 하지 못하는 여성 작가들도 많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 청년 갤러리 지원자 중 20%가 발달장애인이었고 이들 중 12명이 최종 작가 60명에 포함됐다고 해요.
‘청년 갤러리’는 평소 예술 제도권에 속하기 힘든 이들의 작품을 조명하고, 접근성이 낮은 카페의 공간적 특성을 이용해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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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늘날의 카페는 단순한 라이프 스타일을 넘어, 사회적 선순환을 이루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는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가 있습니다. 14살 이상 19살 이하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동네 가까이 있는 ‘맡겨놓은 카페’를 방문해, 어른들이 적립해놓은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죠.
용돈이 넉넉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원이나 지하상가 주변을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는 이러한 현실의 문제에서 출발해, 청소년들이 마음 편히 커피를 마시며 쉬기를 원하는 어른들의 선한 마음이 모여 만든 공간이라고 해요.
실제로 이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청소년에게 보내는 선한 마음’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손쉽게 선행을 실천할 수 있고, 청소년은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른들의 선한 마음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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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에 남아 있는 청소년들의 메모.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제공
어른들이 맡기고 간 커피 한 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사랑이 우리의 삶을 지속시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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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졌지만, 절대 식지 않는 커피. 카페 소스페소
<카페 소스페소 : 모두를 위한 커피>는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특별한 관습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카페 소스페소’. 이탈리어를 직역하면 ‘미뤄진 커피’라는 뜻의 이 단어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미리 커피값을 지불하는 사회적 운동을 뜻합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가 계산하고 간 커피는, 커피 한 잔이 절실한 다른 이들에게 내어지곤 하죠.
그 누구든 커피 마시는 걸 금지해선 안 된다는 이탈리아의 이념처럼, 나폴리에서 시작된 이 커피 기부 운동은 사회 취약 계층에게 ‘따뜻한 한 잔’을 건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문밖레터에서는, <카페 소스페소>와 함께 ‘한 잔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공간, 카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커피를 통해 삶의 터전을 일구고, 희망을 되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날의 카페가 갖는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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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통해 기회와 배움을 제공하다
<카페 소스페소>에서는 억울한 누명으로 형에 처했으나, 스쿠니치 협회의 도움으로 커피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잔카를로라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그는 민간인 협회에서 진행하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카페 소스페소’에서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형량을 받으며 청춘을 허비할 수도 있었으나, 커피를 통해 새로운 삶을 향한 기회가 주어진 셈입니다.
비록 보호관찰 기간이 끝나지 않은 잔카를로가 자취를 감췄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지만, 다큐멘터리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도, 포장하지도 않으며 영상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가 더 나은 삶을 향해 떠났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폴리의 사람들이 그에게 베풀었던 선의는 분명히 필요했던 것이며, 보답을 바라고 한 행동 또한 아닙니다. 그저 이들은 스쿠나치들에게 커피와 함께 ‘기회’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아직도 잔존하는 나폴리의 스쿠나치들이, 그리고 타인의 선행을 받은 이들이 올바른 자유로 향하길 믿어주는 것, 그것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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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통한 사회적 연대
다큐멘터리에선 ‘커피 한 잔’이 가진 다양한 의미와, 이를 통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조명합니다.
누군가 맡겨놓은 커피로 아침의 문을 여는 노숙자, 매일 같이 카페에 방문해 사람들을 관찰하는 소설가, 소년원 출소 후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며 내일을 꿈꾸는 청년 등, 다큐멘터리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하죠.
이들은 각자 카페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지만, 카페 안에서 커피를 내리고, 마시고, 공유하는 행위를 통해 사회적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서 커다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페 소스페소의 본질 역시 그러합니다. 물리적인 커피 한 잔이 아닌, 커피를 마시면서 겪는 사회적 시간에 커다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사회적 약자를 초대하고, ‘당신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손 내밀어 주는 익명의 응원을 전달해주는 것이죠.
이처럼 커피에는 무한한 크기의 사랑과 인류애가 담겨있습니다.
커피잔의 따뜻한 온기는, 어쩌면 사람의 체온과도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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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해요!
이처럼 카페는 단순한 여가 생활을 넘어, 선행이 가능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공간의 의미를 통해, 우리의 세상은 한층 더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두 손으로 감싸면 느낄 수 있는 커피잔의 온도처럼요.
나에게 쉴 시간을 마련해주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커피의 향을 음미하는 것,
각자의 세계와 사회를 견고하게 만들어나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카페는 충분히 유의미한 공간입니다.
이 레터를 모두 읽고 나면, 가보고 싶었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하고 싶은 이에게 메세지를 보내도 좋습니다.
커피 한 잔 할래? 짧은 문장 안에, 나만이 알 수 있는 유구한 사랑을 담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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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 애드론, <바그다드 카페>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바그다드 카페’.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앞에, 남편에게 버림 받은 여자 ‘야스민’이 찾아오고, 남은 건 불행 뿐이라 여기던 둘은 예기치 않은 동거를 하게 된다.
처음엔 불편하고 낯설기만 했던 두 여자의 동거는, 차츰 이전에는 몰랐던 행복이 도사리게 되는데.....
아름다운 스토리와 음악으로 당신의 삶을 위로할 영화를 소개합니다. <바그다드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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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여러분은 삶의 어떤 순간에 카페를 찾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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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학 작품을 토대로 10일마다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들려드립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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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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