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인 여러분. 문밖레터가 재단장을 마치고 시즌 1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더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여러분을 찾아갈게요.
여러분은 어떨 때 ‘살맛난다’는 생각을 하시나요? 선선한 여름밤 야외에서 맥주 한잔을 부딪칠 때. 혹은 땀에 젖은 몸을 찬물로 씻어낸 뒤 시원한 수박을 한입 베어 물 때는 어떤가요. 고단한 하루 속에서도 식사에 대한 기대만큼은 우리를 들뜨게 만듭니다.
물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낼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먹는 일을 홀대하게 되고 그저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내가 먹은 것은 즉시 오늘의 기분으로, 내일의 건강으로 이어져요. 내가 ‘먹은 것’이 쌓여 삶의 형태를 형성해가죠.
여러분은 음식을 충분히 음미하고 계신가요? 내가 무엇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한지 잘 알고 계신가요? 좋아했던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거나,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먹기 시작하는 나를 제때 포착하고 계신가요? 나 자신이 지금 ‘잘 먹고 잘사는’ 중인지 질문해보며 문밖레터와 함께 미식의 세계로 들어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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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다채로운 감각
사전에서는 ‘미식’을 ‘좋은 음식. 또는 그런 음식을 먹는 것.’으로 정의 내리고 있어요. 그리고 ‘미식가’는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죠. 그런데 미식가의 ‘미’가 어떤 한자를 사용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아래 선택지에서 정답을 한 번 골라보세요.
1. 아름다울 미(美) 2. 쌀 미(米) 3. 맛 미(味) 4. 아닐 미(未)
대부분 쌀 미(米)나 맛 미(味)일 것으로 추측하셨겠지만 정답은 1번 아름다울 미(美)입니다.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사전에서는 ‘아름답다’라는 단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먹는다’는 것은 '아름답다'의 의미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혀뿐만 아니라 눈과 코로 음식을 느끼고, 음식이 완성되는 소리를 들어요. 나는 과연 식사를 할 때 여러가지 감각기관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한 번 고민해보세요. 오감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더 아름다운 식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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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미쉐린!
‘미슐랭 가이드’는 그 명성에 비해 유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미슐랭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공식명칭은 꽤 오래전에 ‘미슐랭’이 아닌 ‘미쉐린’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런데 ‘미쉐린’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죠. 바로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 타이어’인데요. 미슐랭 가이드는 실제로 ‘미쉐린 타이어’에서 발행한 책자예요. 자동차가 많지 않던 1900년대,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는 자동차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면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지도,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 위치, 먹을 곳과 잘 곳 등의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자동차 여행 안내 책자를 제작하여 배부했죠.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쉐린 가이드의 탄생입니다.
가벼운 여행 책자로 시작했던 미쉐린 가이드의 높아진 명성 뒤에는, 맛있는 음식을 향한 전 세계인의 욕망이 있었어요. 누군가가 높이 평가한 음식을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욕망 말이에요. 당신도 언젠가 먼 나라로 떠나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음식을 먹어보는 상상을 해보세요. 조금 더 오래 살아보고 싶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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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변주의 힘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는 지난 5월 4일 전국 40만 곳의 식당에 등록된 메뉴의 가짓수가 8370개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전국 식당의 대표 메뉴 10개씩을 취합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해요. 그 결과 메뉴의 수가 가장 많은 것은 315종류의 덮밥이었습니다. 간장 삼겹살 덮밥, 돼지갈비 덮밥 등의 익숙한 메뉴부터 건두부 볶음 덮밥, 고등어 덮밥 등의 생소한 메뉴까지 있었습니다. 2위는 281종류의 떡볶이, 3위는 169종류의 치킨이었죠. 반면에 비빔밥과 국밥의 종류는 의외로 적었다고 합니다. 덮밥과 비슷할 것 같은 비빔밥은 69개뿐이었으며, 국밥 가짓수는 겨우 26개에 그쳤습니다.
마켓보로 관계자는
“8000개가 넘는 메뉴를 조사한 결과 해산물이나 육류 등 식재료를 달리 넣어 변화를 주기 쉬운 메뉴일수록 소스 혹은 육수에 변주를 주기 쉬울수록 종류가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의 통계는 가장 단순한 재료일수록 가장 다양한 길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어요. 단순하다는 것은 아직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나 자신이 아무맛도 나지 않는 흰 쌀밥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내게 없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 당신이 가진 원재료를 다듬으며 약간의 변주를 가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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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에 진심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 책의 저자는 각자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가는 열두 사람입니다. 공통점이라고는 음식에 진심이라는 것 하나밖에 없죠. 출판사는 “함께 할 때는 설레는 인사와 대화가 되고 헤어질 때는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이 되는 다양한 한 끼들이 가득하다. 특히나 누군가와 식사를 같이 하는 소소한 일상이 그리운 요즘, 이야기 속 작가들이 차린 식탁에 마주 앉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먹었던 경험’ 대해 무척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열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의 식탁을 정돈해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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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사는 맛
총 열두 가지의 식탁 중에 두 개의 식탁을 축약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은 식탁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감각해 보세요.
-김현민, 오늘의 손님은 나 한 사람
김현민 작가는 손님 초대를 위해 청소를 하고, 예쁘고 비싼 접시를 꺼내며 손님을 맞이한 후 문득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나는 나한테는 이렇게 극진하지 않지?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사라졌나?” 그러면서 혼자서의 식사는 언제부턴가 단촐하고 귀찮아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며칠 후 좋아하는 편집숍에 가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물컵 하나를 구매했다고 해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기꺼이 구매했다고 합니다. 이제 그 컵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감시하는 감각이 아닌, 느슨하고 편안하게 대해 줄 방법을 궁리해야 할 때가 찾아온 것 같다. 진정한 자긍이 무엇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시간.” 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요. 어쩌면 우리는 ‘나에게 주는 거니까 괜찮다’며 혼자하는 식사를 경시해왔을지 모릅니다. 나 자신에게 주는 식사도 손님을 대접하는 것처럼 귀중히 대해보세요. 오히려 수월할 거예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요.
-김혼비, ‘세 번 다시 못 먹을 팟타이’
이 에피소드는 그날따라 황홀한 맛이었던 태국 식당의 ‘팟타이’를 같은 날 세 번이나 주문했던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메뉴를 세 번 주문한 행동은 “같은 1인분이더라도 다른 요리를 하나 더 시키는 건 자연스러운데 먹은 걸 또 시키는 건 왜 부자연스럽게 느껴질까.” 라는 생각에서 기인했다고 해요. 두 번째 팟타이가 다시 눈앞에 놓였을 때는 끝난 줄 알았던 호시절이 불쑥 다시 찾아온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오늘 입은 옷을 내일도 입는 용기로 이어졌다고도 말해요.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먹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먹고 싶은 거 또 먹고, 입고 싶으면 어제 입은 옷을 또 입으며 살고 싶다.”라는 뜻을 밝히며 에피소드를 마칩니다. 눈치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서부터 이러한 용기를 연습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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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식탁을 존중하기
천선란 작가의 ‘한 지붕 아래 이토록 다른 식성’ 에피소드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천선란 작가는 같은 가족끼리도 식성이 천차만별임을 말하며 “가장 기본적인 존중은 식성의 존중이며 가장 멋진 공유는 식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강요받지 않음과 동시에 강요하지 않을 것. 그리고 다채로운 식탁을 인정하는 것. 요즘 시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먹어보고, 음식에 대한 상대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에요. 하지만 타인에게 억지로 음식을 떠밀지 않는 것, 상대의 기호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것 또한 서로의 식탁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서로의 식탁을 존중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메뉴로도 같은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할 수 있어요. 생선 살을 발라주는 다정과 음식을 강요하지 않는 존중.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하는 식탁이 당신의 앞에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요즘 사는 맛>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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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열 여섯 번째 문에서는
‘문밖의 동물원’이라는 주제로 영화 <크립토주>를 다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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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점심시간 확보를 위한 빠른 식사와
소란한 술자리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에서
나만의 속도로 술과 음식을 즐기는
와카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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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타인에겐 괴식, 나에게는 미식! 나만 좋아하는 독특한 음식 조합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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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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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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