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다시 사랑할 용기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청혼 전문
그러나 정말 우리의 삶에 슬픔만이 존재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아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그런데 사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 이전에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시는 시집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시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청혼, 대부분 연인에게, 결혼하고 싶은 상대에게 하는 말로 이 시를 읽어내릴 텐데요. 시집 속 슬프고 괴로운 시들을 읽어내린 후, 다시 앞장으로 돌아와 이 시를 보면 마치 나에게 하는 고백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비밀스럽게 했던 맹세들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 오래된 거리처럼 변하지 않고 내 옆에 머무르는 사람. 나를 위해 쓴잔을 죄다 들이킬 수 있는 사람.
나를 영영 떠나지 않는 내가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큰 힘이 됩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음에도 발견하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무수한 것들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나를 살아있게 하기 위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고통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모든 것은 사랑으로 연결됩니다.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수집하세요. 더 멋진, 더 거대한 사랑만을 찾아 사소한 사랑을 홀대하지 마세요.
시집의 마지막 시가 그렇게 절망으로 끝났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슬퍼하고 절망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시집을 덮고 첫 페이지를 펼쳐보는 것처럼 다시 사랑할 용기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사랑, 사랑, 사랑. 오늘 레터를 가득 채운 사랑을 여러분들도 발견하셨기를 바라며, 이번 레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가 궁금하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