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 뿐만이 아니라 내 마음까지도 분주해지는 연말입니다.
2023년을 하루 앞둔 오늘, 지구인 여러분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무탈하고 행복한 일 년을 꿈꾸며 미래를 계획할 텐데요. 새롭게 다가올 시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를 곱씹고 정리하는 일도 필요하지요. 오늘 나의 상태를 자각하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시간이 있어야 정말 달려야 하는 시점에 신발끈이 풀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 보아야 하는 중요한 요소는 건강입니다. 건강은 모든 미래와 희망의 토대가 되니까요.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나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몸이 아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죠. 사회적 문제, 그중에서도 ‘차별’이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지구인 여러분들은 알고 계셨나요?
이번 문밖레터는 잊어서도 잃어서도 안 되는 건강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문지기와 함께 힘차게 올해의 마지막 문을 열어 주세요.
|
|
|
⚠️차별이 있는 한 온전한 건강은 없다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차별받는 소수자들은 자신을 오롯이 인정받지 못하죠. 이는 그들이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이유 없는 비난을 받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숨겨야 함과 동시에 숨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최근 NPR과 하버드대에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차별은 건강에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사회적 차별 구조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건강문제는 나의 노력과 의지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습니다. NPR과의 인터뷰에서 윌리엄스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가 되는 건 구직이나 승진 과정에서의 배제와 같이 크고 중요한 일 뿐이 아닙니다. 무례한 언행에 노출되는 것, 식당이나 상점에서 상대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를 받는 것과 같이 사소한 일상 속의 일들이 모두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이런 경험이 많다고 답한 사람들의 인생을 추적해 보면 관상동맥성 질환이 더 빨리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차별을 많이 경험한 임산부들이 출산한 아이들은 저체중일 가능성이 높고요.”
차별이 건강을 침해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차고 넘칩니다. 아동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직접적인 폭력의 피해도 크지만, 일상적 차별 경험은 우울증, 불안증상, 심리적 고통 및 정신과적 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받는 만성적 스트레스는 심혈관계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지요.
지구인 여러분들은 이유 없이 몸이 아프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차별에 노출이 되는 건, 나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반대로 내가 무의식 중에 행하는 차별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
|
|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보호받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1981년 채택된 세계의사협회 리스본 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적절한 의료를 제공받을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했습니다. 차별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침해할 뿐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평균 건강 수준을 하락시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새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은 발의된 지 14년이 지나도록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반대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인간은 대부분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재된 편견은 무의식적인 차별을 자행하게끔 만들지요. 모든 사회문화적 집단에는 내집단과 외집단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라고 배우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 집단이 있다면,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을 실제로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선을 긋게 되는 것이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우리 모두가 편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나도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다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나의 이해와는 별개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차별을 발견해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
|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다 함께 아프지 않는 법에 대해 말합니다.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요. 이는 관점에 대한 문제입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이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고민이지요.
책의 저자인 김승섭은 사회역학자로서 사회적 요인이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질병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아요.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 사회역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질병이 가진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요. 당장의 해결책 같은 완벽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한계까지도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자는, 외면하지 말고 함께 나아가자는 저자의 주장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
|
|
💔몸은 상처를 기억한다
책의 첫 번째 챕터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한국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 경험이 그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3574명의 설문 참여자는 “예, 아니요, 해당사항 없음” 이렇게 세 가지 대답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대답은 아직 구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었어요. 그런데 직장인 152명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합니다.
저자는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한 3422명의 노동자들의 정보를 활용해 차별을 경험할 확률을 계산하는 통계 모형을 만들고, 이 모형을 ‘해당 사항 없음’으로 답한 이들에게 적용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 결과는 성별에 따라 명확하게 나뉘었습니다. 남성 노동자가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했을 땐 그 대답은 ‘아니요’를 뜻했지만, 여성 노동자의 경우 ‘예’에 가까웠습니다. 이는 차별 경험을 인지하고 타인에게 말하는 것이 여성 노동자에게는 심리적으로 더 힘든 일이기에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대답을 대신해서 선택했으리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남녀 모두 차별을 경험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는 이번에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 차별받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와 차이가 없었지만, 여성의 경우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팠습니다.
몸은 정직합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낸시 크리거 교수는 차별을 경험하는 것과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것, 인지한 차별을 보고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인지하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지구인 여러분, 혹시 항상 괜찮다는 말로 자신을 방어하고 위로하고 있지는 않나요? 지금 정말 모든 게 괜찮으신가요?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
|
|
💞공동체의 힘, 로세토 효과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우리가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장병 발병률이 현저하게 낮은 미국의 로세토 마을을 아시나요? 로세토 마을은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더 나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로세토 효과가 유래된 마을로도 유명하지요.
그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삶을 즐기는 방식입니다. 활기가 넘치고 꾸밈이 없지요. 부유한 사람들도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과 옷을 비슷하게 입고 비슷하게 행동합니다. 계층이 없는 소박하고, 따뜻한 마을이에요. 이웃들은 빈곤한 사람들을 나서서 도와주고, 이주해 오는 소수 이민자들에게는 특히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로세토 마을 사람들은 술과 담배는 물론 소시지나 미트볼을 자주 먹는 식습관임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발병률이 미국 전체 평균의 절반 이하였지요.
사회에는 아직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거대한 벽처럼 우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벽 너머에 있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물으며 공동체적으로 연결된 마음을 가져야 해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거라는 믿음,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나의 원동력이 될 테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인용하면서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자신이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기심을 채우는 일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결국에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보도록 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올해, 잊어서는 안 되는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새해에는 올해보다는 더 나은 발걸음이 이어지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온전한 건강을 누리길 바라며 오늘의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오늘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묻는 하루가 되면 어떨까요. 유일한 내가 가고, 유일한 내가 다가오고 있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의 나를 응원하며, 해피 뉴 이어! 내년에도 문밖레터가 함께 할게요
|
|
|
닐 블롬캠프, <디스트릭트 9>
남아공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디스트릭트9’에 임시 수용된 채 28년동안 인간의 통제를 받는다. 외계인 관리국 MNU는 외계인들로 인해 무법지대가 된 디스트릭트9을 강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 책임자인 비커스가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만다. 비커스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외계인이 되어가면서 인간성을 회복해나가는데……. 차별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는 영화, 디스트릭트 9.
|
|
|
❓ 문밖의 물음표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
|
예술/문학 작품을 토대로 10일마다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들려드립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
|
|
SNS : outdoor_next (instagram)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