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인 여러분들은 혹시 빵을 좋아하시나요?
오븐에서 나와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빵.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냄새가 방을 가득 채우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특별한 모양과 맛을 자랑하는 빵도 많습니다. 전국의 유명하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 순례'에 빗대어 '빵지순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때로는 든든한 식사가, 때로는 달콤한 간식이 되어주는 '빵'이 이번 레터의 주인공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을 한 입 베어 물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부드럽고 폭신한 세계로 들어가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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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에서 시작된 빵의 역사
빵은 가장 오래된 인류의 주식입니다. 곡물가루에 물을 섞어 납작하게 만드는 토르티에 형태의 빵은 선사시대 때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효모를 사용하여 발효 후 팽창시킨 발효빵은 이집트에서 유래했어요. 기원전 약 3000년경, 바빌로니아인들이 맥주 제조 과정에서 나온 발효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구운 것을 그 시초로 추정하고 있죠.
맛있는 빵 때문에 이집트는 고대 지중해 패권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이집트의 주변국에서 먹던 빵은 납작하고 딱딱해 맛이 없는 빵이었거든요. 그에 반해 이집트의 빵은 부풀어 오른 반죽을 진흙 오븐에 구운, 비교할수도 없을 만큼 맛있는 빵이었습니다. 이는 ‘에이시’라고 불리며 지금까지도 이집트인들의 주식으로 사랑받고 있지요.
이집트의 빵이 그리스를 거쳐 로마에 전해지면서 그 기술은 크게 발전했고, 이후 유럽까지 닿게 됩니다. 이렇듯 빵은 많은 국가와 역사를 거쳐 변화해 왔습니다. 각 사회의 문화와 개인의 기호가 만나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죠. 앞으로는 얼마나 더 새롭고 다양한 빵이 우리 앞에 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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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의 역사를 가진 빵
과거 몇몇 나라에서는 빵의 색과 종류를 구분해 놓고 신분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농부는 딱딱한 검은 빵만 먹을 수 있었고, 흰색의 부드러운 빵은 귀족과 시민 계층만 먹을 수 있었죠. 이는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의 농부들도 딱딱한 검은 빵만 먹을 수 있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자를 때 도끼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농부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단정 짓고, 부드러운 흰 빵을 먹는 것은 신의 뜻과 사회적 윤리에 어긋나는 범죄라는 말도 안 되는 법까지 있었다고 하죠. 프랑스 혁명 이후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재료와 성분이 같은 빵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라고 선포하고 나서야 계급의 차이 없이 모두가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빵이지만 과거에는 노예제도의 아픔과 차별을 여실히 대표하던 음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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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치료해 주는 마법, 베이킹 테라피
최근에는 취미로 베이킹을 즐기는 사람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성취도가 높고, 개인의 선호에 맞춰 재료를 바꿔볼 수도 있죠. 그래서 베이킹은 심리 치료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를 '베이킹 테라피'라고도 부르는데요. 유아나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보스턴 대학의 한 교수는 베이킹 테라피가 "스트레스 관리에 탁월하고,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함으로써 시간 관리 능력을 향상시킨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결과물을 통해 얻는 만족감은 자존감을 높이고 불안과 우울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해요.
베이킹에는 시간과 재료 외에도 필수로 요구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서두르지 않는 여유입니다. 구워지는 빵을 기다리며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가까운 방향으로 부풀어 오르는 내 마음을 발견할 수 있죠. 베이킹으로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베이킹의 더 큰 매력은 과정에 있습니다. 고요하게 부푸는 빵을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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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울수록 부풀어 오르는 마음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는 딸 키티 테이트와 아빠 앨 테이트가 쓴 에세이입니다. 슬픔으로 방황하던 키티와 그런 딸을 돌보던 앨이 베이킹을 시작하면서 다시 삶의 생기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요.
우울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감기처럼 들이닥칠 수 있습니다. 평소 자신의 일상을 잘 돌보던 키티에게 찾아온 불안과 우울, 공황 증세는 가족들의 삶을 변하게 했어요. 아빠 앨 테이트는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먹고 씻는 등 가장 단순한 일상조차도 포기해 버린 키티의 진짜 절망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내를 대신해 딸을 간병하기로 해요. 더 이상 키티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집중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 내일을 위한 반죽
"어떤 형태의 나로도 존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키티는, 어느 날 아빠가 빵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섞은 질퍽질퍽한 반죽이 다음 날 달 표면처럼 부풀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포가 터졌다 생기길 반복하는 반죽을 보며 키티는 호기심을 갖고 빵을 직접 만들어 보기 시작합니다. 흰 밀가루와 통밀가루로 이것저것 실험을 하며 무서운 속도로 빵을 만들어 내기 시작해요. 가족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빵을 이웃들에게 나눠 줍니다. 새로운 빵을 만들겠다는 기대감은 키티에게 내일이라는 희망을 선물했고, 키티는 조금씩 생기를 되찾게 됩니다.
앨과 키티의 빵은 날이 갈수록 맛과 인기가 좋아졌습니다. 이웃에게 빵을 구매하고 싶다는 문자를 받기도 하죠. 문자에 영감을 얻은 부녀는 동네 '빵 구독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키티는 자전거 바구니에 빵을 넣고 직접 배달을 가기도 하는데요. 빵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고객들을 보며 키티는 자신의 안에서 작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죠. 그리고 더 자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엄마인 케이트는 키티가 매일같이 입는 오렌지색 멜빵에서 이름을 따와 '오렌지 베이커리'라는 이름을 부녀에게 붙여 줍니다. 그렇게 부녀의 '오렌지 베이커리'가 탄생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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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키는 '아주 작은 것'
그들이 매번 성공적으로 빵을 만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도 분명 어려움은 존재했으며, 반복되는 실패를 겪고 절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키티와 앨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정성을 다한 끝에 결국에는 그들의 마음에 쏙 드는 빵을 만들어 내지요. 이런 과정들의 반복은 그들이 상처를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굽는 빵에도 마치 사람을 치유하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는 것만 같죠.
"반죽에는 부드럽게 기포가 일었고 기포 하나가 터지면 다른 기포가 일었다. 반죽은 살아있었다. 아빠가 오븐을 열면 빵에서 듣기 좋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중략) 돌멩이처럼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정말 찬란하게 변신했다. 지푸라기로 금을 만들어 내는 동화 속 소녀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시. 그리고 또다시 빵을 구웠다."
누구나 사는 게 갑자기 두렵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키티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키티는 베이킹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합니다. 덕분에 세상과 다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우리는 각자에게 알맞은 동력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무엇을 동력으로 삼는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죠. 만약 찾아내지 못했다면, 책에서 보여주는 베이킹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책의 2부에는 키티와 앨이 추천하는 빵의 레시피들이 있습니다. 분명 내 마음을 건드리는 레시피도 있을 거예요.
빵을 만드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닮은 것 같습니다. 밀가루와 이스트, 설탕, 소금, 버터 등. 쓰거나 짠, 달거나 느끼한 재료들이 모여 사랑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이 되죠.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포근함과 달콤함으로 가득 찬 하루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앨이 키티를 이해하고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키티가 빵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어쩌면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건, 오히려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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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스물네 번째 문에서는 ‘문밖의 반복’이라는 주제로
소설 <킨>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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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당신에게도 되감고 싶은 시간이 있습니까?'
위험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마법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거운 현실을 피해 달아나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 달콤쌉쌀한 판타지와 담담하지만 포근한 위로가 담긴 장편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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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여러분은 어떤 빵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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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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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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