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인 여러분에게는 고치고 싶은 습관이 있나요?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는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한 번 반복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지요.
역사적으로도 과거에 행해진 잘못은 현재와 미래까지 이어집니다. 세계의 역사에서도 과거의 잘못이 미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종, 자본, 성별에 의한 착취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현재까지도 잔존하며 새로운 착취를 만들어내지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로도 이어질 착취의 역사는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삶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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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로 이어지는 노예의 시간
바쁜 생활 속에서 집중력이 필요하거나 여유가 필요할 때 우리는 커피를 찾습니다. 현대인들에게서 뗄 수 없는 ‘이성의 음료’ 커피가 우리 삶에 들어오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치죠. 커피콩 생산노동자에서 중간거래상들에게로, 그리고 수출업자, 수입업자, 커피콩 가공회사와 소매업자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인 우리에게 닿습니다.
하지만 정작 생산국의 사람들은 커피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7,000원에 달하는 보수만 겨우 얻을 뿐이지요. 국제커피기구(ICO)에서 발표한 ‘커피 분야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 노동자의 70퍼센트는 여성이며, 아동은 180만 명 이상입니다. 브라질의 노동자들은 커피 생산을 위해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지만 최소한의 보호장비도 없이 위험한 노동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커피 생산자들은 낮은 수입과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일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견디고 있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계속될수록 자연의 땅과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탐욕스러운 다국적 기업들의 배는 불러가고 있습니다. 비인도적인 기업들의 착취 행위는 과거에 존재했던 노예제를 연상시키지요. 오랜 시간 동안 굳어진 노동 환경을 단번에 개선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수가 함께 노력한다면 기울어진 구조도 조금씩 균형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공정무역 커피’를 이용하는 등 작은 활동으로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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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의 발전, 새롭게 생겨나는 착취 구조
지난 6월, 미국작가조합(WGA)은 1만 1500여 명 규모의 조합원들과 함께 대규모 파업을 시행했습니다. 작가들은 OTT 도입 이후, 업무 강도는 강해졌지만 임금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지요.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비슷합니다. 기존 미디어에서 OTT로 주도권이 넘어오며 많은 인력들이 플랫폼 중심의 구조에서 임금을 받고 있어요. 제작비는 늘어나고 업무 강도도 세졌지만, 지식재산권을 넷플릭스가 가져가도록 변화되면서 제작사 수익은 감소했습니다. 제작사에게 임금을 받는 현장 스태프 중 일부는 근로계약서도 없이 열악한 처우를 감당하고 있어요.
이에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방송사와 OTT 기업이 문화예술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창작 노동자들은 미국만큼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주기적 단체 협상을 맺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프리랜서가 많기 때문에 조합 조직 구성이 약하고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언론 또한 K-미디어의 파급력만 조명하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는 소외됩니다. 더 많은 창작 노동자가 좋은 근무조건을 갖추었을 때, 미디어가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OTT의 도입으로 인해 더욱 열악해진 근무 환경의 개선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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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역사로의 시간여행
<킨(Kindred)>은 노예제 역사를 참조하며 그런 역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미래를 여는 ‘아프로퓨처리즘’ 소설의 대표작입니다. 1976년에 사는 흑인 여성 다나가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며 노예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는 서사를 담고 있어요.
다나는 백인 남편 케빈과 짐 정리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1815년의 메릴랜드로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의 앞에는 강에 빠져 위험에 처한 백인 소년 루퍼스가 있었고, 다나는 그를 구해줍니다. 다나는 이 날 외에도 수차례 시간여행을 하며, 루퍼스와 그의 흑인 아내 앨리스가 자신의 조상임을 알게 됩니다. 또한 루퍼스가 처한 위험이 자신을 과거로 끌어들임을 짐작하지요. 다나는 루퍼스의 아버지인 톰 와일린의 농장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일하며 노예들이 당하는 신체적, 정신적 체벌을 목격하고 경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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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화된 노예제도
현대의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 다나는 노예제에 대해 알고 있고, 흑인들의 역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 담론 때문에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요.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사람들이 맞는 모습을 본 적은 있었다. 그들의 등에 흘러내리는 지나치게 붉은 가짜 피를 보고, 철저히 연습한 비명소리를 들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자기 가족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며 매달리고 비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다.” (61쪽)
다나가 미디어로 접했던 흑인들의 구타 장면은 피해자에 대한 서사가 결여된, 윤리적이지 못한 폭력의 재현입니다. 다나는 대중문화 속에서 스펙터클하고 만화적인 것으로 표현되었던 흑인을 향한 폭력을 시간여행을 통해 실제로 목도하게 돼요. 다나는 현재의 역사가 흑인들을 안일하게 대하고 있음을 인식합니다.
오랜 시간 톰 와일린의 농장에서 노예로 지내던 다나는 “내 시대에서 있을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기분”을 느낍니다. 다나에게 닥쳐온 과거의 경험은 그녀가 노예 신분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요. 그녀는 채찍의 고통을 느끼며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게 얼마나 쉬운지” 생각하게 됩니다. “노예란 길고 느린 둔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지요.
다나는 자신이 직접 노예 생활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흑인 여성 노예 세라와 앨리스 곁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합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농장으로 팔려갔지만 마지막 남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농장에 남아있는 세라와, 루퍼스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하며 도망치다가 끝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으로 최후의 저항을 한 앨리스. 이들은 흑인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다나에게 흑인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지요. 과거의 시간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와일린 가의 노예들과 관계를 맺었던 다나는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연대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 유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친척 ‘kindred’를 새롭게 이뤄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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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과 성별의 장벽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까지 루퍼스가 위험에 처할 때면 미래에서 온 다나가 그를 구해줍니다. 다나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루퍼스에게 보호자이자 구원자이며 때로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기도 해요. 하지만 노예제의 아래에서 흑인 노예 여성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력을 부여받은 루퍼스는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다나를 성적으로 소유하려 합니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나약한 소년 루퍼스는 체제로부터 백인 남성의 권력을 부여받으며 악랄하게 변모합니다.
다나와 함께 과거로 떠난 백인 남편 케빈은 돌아오는 타이밍을 놓쳐 그곳에서 5년이라는 세월을 보냅니다. 그럼에도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더 깊이 확장시키지 못해요. 그는 와일린의 농장에 있는 집에서 거주하며 와일린의 농장이 “감독관도 없고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시키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디언을 착취하는 서부 문화를 동경하며 서부에 가서 근사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해요. 성별과 인종 모두 다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케빈은 가부장제와 인종주의에 대한 무지를 드러냅니다. 다나는 결국 케빈을 보며 자신을 괴롭혔던 19세기의 백인들을 떠올리지요.
체제 앞에서 평등하지 못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구조로 인해 벌어진 격차는 서로 간의 공존을 방해해요. 한국 역시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때로는 잘못된 정치 담론에 의해 지워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뿌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인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킨(Kindred)>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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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스물다섯 번째 문에서는 ‘문밖의 게임’이라는 주제로
게임 <신의 탑 : 새로운 세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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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패럴리, <그린북>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모든 것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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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여러분이 가진 나쁜 습관을 고쳤던 경험을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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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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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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