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인 여러분은 삶의 어떤 순간에 친구를 찾게 되나요?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불쑥 연락을 취해도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는 사이, 행복을 담보로 하지 않고도 서로에게 용기와 응원을 보태주는 관계.
이번 레터에서는 나의 곁에 가까이 자리하는 존재 ‘친구’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나의 사소하고 소중했던 찰나를 함께해 준 친구를 떠올리며, 오늘의 문을 힘차게 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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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정 사랑받기보다 함께 성장하기를 택하기
국제학술지의 성격 및 사회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느끼는 소속 욕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해요. 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이들을 ‘성장지향’으로, 나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를 맺는 이들을 ‘결핍감소지향’으로 분류했죠. 성장지향이 높은 사람은 서로 의지하는 것을 편하게 느끼지만, 결핍감소지향이 높은 사람은 깊은 정서적 교감을 두려워한다고 해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욕구가 높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에 대한 걱정이 더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차이는 결국 자존감이나 행복감과도 직결됩니다.
하지만 타인과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에요. 나의 두려움이 방해물이 된다면, 천천히 그 경계를 허물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지요. 만약 인간관계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호의를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떠한 계산도 없이 마음을 표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게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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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구인 여러분들은 ‘사랑보단 먼, 우정보단 가까운’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친구와 깊은 감정 교류를 나누다 보면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느 날 나보다 다른 이와 더 친해 보이는 친구를 보며 질투를 느낄 때라든가, 함께 있으면 긴장감에 몸이 얼어붙었던 연인이 어느새 친한 친구같이 느껴질 때처럼요.
사실 사랑과 우정을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과학적 층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한 대상을 아주 애정한다’는 의미를 가진 두 단어는, 어찌 보면 동질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우정에 ‘열정’과 ‘돌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더하면 사랑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론도 존재하지요.
하지만 우정과 사랑은 ‘욕구의 크기’보단 ‘욕구의 범위’에서 큰 차이점을 보이곤 합니다. 연애에 있어 사랑은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온전히 독점하고자 하는 욕구가 개입되기 쉽습니다. 타 인간관계와 분명한 차이점을 두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심층적으로 주고받자는 암묵적 동의와도 같은 것이죠. 또한 우정은 일부의 시간과 감정만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하고자 하는 욕구가 동반된 사랑은 이보다 더 많은 공유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사랑이 우정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한 개인이 타인의 욕구와 소망 사항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오로지 한 사람의 몫을 다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많은 수고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애정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화하기 마련입니다. 어떠한 사랑은 우정의 연속선상에서 발전하고, 어떠한 우정은 사랑을 기반으로 생겨나기도 하지요. 사람마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기에 결국 우정과 사랑을 동질적 차원으로 볼지, 이질적인 차원으로 볼지에 대한 해답은 없습니다. 내 감정을 파악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확정 짓는 일’ 보다 ‘그대로 소중히 여기는 일’에 더 집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나와 상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라면, 얼마든지 그 경계에서 실컷 헤매고 결정해도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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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우정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일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사랑과 우정의 경계에서 자주 흔들리던 ‘안생’과 ‘칠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우정이라는 명목하에 사랑보다 더욱 치열하게 오고 갔던 원망과 그리움, 희생을 가감 없이 그려낸 작품이기도 하지요.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처음 만난 칠월과 안생은 상반된 배경을 가진 인물입니다.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소심하고 평범한 성격을 가진 칠월은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활달하고 반항적인 성격을 가진 안생에게 운명처럼 끌리게 되죠. 어느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만으로 가까워진 둘은 어느새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친구가 됩니다.
칠월과 안생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순수하게 호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관계로 인한 이득이 아닌, 순도 높은 호감만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아낌없이 퍼부어 줄 수 있던 시절. 칠월과 안생은 자신들의 행복과 치부를 보여주며 깊은 우정을 쌓게 됩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어설펐던 시절에 서로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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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가는 각자의 시간, 정지된 부재의 자리
직업 학교에 진학한 안생과 달리 칠월은 인문계 학교에 진학하고, 같은 학교 학생인 ‘가명’을 좋아한다며 안생에게 첫사랑 상대를 고백합니다. 이성을 떠올리며 설레하는 칠월을 보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 안생은 가명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칠월의 학교를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특유의 발랄함으로 가명의 호감을 얻습니다.
이성과의 교류가 처음이었던 안생 역시 그에게 이성적 끌림을 느끼나, 칠월과의 우정이 우선이기에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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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칠월은 안생이 가명의 목걸이를 걸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의심과 죄책감을 풀지 못한 채 멀어집니다.
대학 졸업 후 칠월과 가명은 결혼을 약속했으나, 가명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핑계로 결혼을 미룬 채 베이징으로 떠납니다. 가명은 베이징에서 부동산 일을 하던 안생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가명은 그날 안생의 애인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것을 함께 목격하게 됩니다. 하필 애인과 함께 동거 중이었던 안생은 그의 죽음과 동시에 갈 곳을 잃게 되지요.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과 동정심을 느낀 가명은 안생에게 자신의 거처를 내어주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돕기로 합니다.
하지만 칠월이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배신감을 느낀 칠월은 안생과 크게 다투게 됩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꾸준히 서로의 안녕을 바라던 둘은, 결국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완전히 연을 끊어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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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갈등을 얼핏 봤을 땐, 가명의 애매한 태도와 우유부단함 때문에 안생과 칠월이 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칠월이 안생에게 상처받은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안생이 자신에게 한 번도 진정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우정 앞에서 진실하지 못했던 것은 칠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생은 칠월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자신의 진심을 얘기하지 않았고, 칠월은 안생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원망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니까요. 배려를 가장한 거짓말들은 서로에 대한 원망만을 키우게 했으며, 결국 안생과 칠월은 이에 따라 몇 년 동안 ‘멀어질 준비’를 하게 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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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라는 단어로 다 담기지 않을, 언제까지고 이어져 있을 소울메이트
결혼식 당일, 칠월은 가명에게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신뢰와 사랑이 없는 불안정한 결혼 생활을 자신의 인생에 들여놓고 싶지 않았으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나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칠월은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예전의 안생이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를 떠돌며 진정한 자유를 느낍니다. 자의에 의해서 떠돈 것이 아닌, 타인의 행복을 위해 떠밀리듯 살았던 안생의 삶을 이해하면서요.
시간이 흘러 안생은 도시에 정착해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고,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즈음 여행 중이던 칠월이 안생을 찾아옵니다. 칠월은 가명의 아이를 밴 상태였죠. 칠월은 안생과 함께 병원에 가지만,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사고로 영원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아요.
안생은 칠월의 죽음을 처음으로 안 사람이자,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남습니다. 그렇게 안생은 칠월의 딸을 대신 기르고, 칠월이 못다한 염원을 담아 그녀가 자유로이 여행을 다니며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의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게 됩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칠월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안생이 이뤄주고자 했던 칠월의 소원은 영원한 해피엔딩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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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여자 둘과 남자 한 명 사이에서 벌어진 오해와 질투, 사랑으로 뒤섞인 신파극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파 속에서 간과되었던 우정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기도 하죠. 칠월과 안생은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미디어 속에서 그려온 사랑보다 훨씬 치열하고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감정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가끔 칠월이 되기도, 안생이 되기도 하며 서로를 미워합니다.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나 반려자가 생긴 듯해 속상할 때나, 오해로 다투고는 자존심에 먼저 연락을 건네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럴 때는 누구보다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어긋난 방식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끝끝내 이해하고 말 거라 믿습니다. 결국 잠시나마 각자의 세계가 하나가 되었던 순간은, 다시는 올 수 없는 순간이자 결국 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조금 더 무거워진 친구라는 단어 대신 소울메이트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면서, 오늘의 레터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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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스물여덟 번째 문에서는 ‘문밖의 개’라는 주제로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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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우리들>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음... 그럼 언제 놀아? 연오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오가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누구보다 가까워진 선과 지아. 하지만 개학 후, 둘은 누구보다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난다.
한없이 소중하다가도 어긋나곤 했었던 우리들의 지난 시절, 모쪼록 잘 자라준 ‘우리들’의 기억 저편을 보여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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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친구라는 존재가 가장 소중히 여겨질 때는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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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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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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