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계묘년의 해가 밝았습니다. 어쩐지 나이를 먹을수록 해가 바뀌는 것에 무감해지는 것 같아요. 지나간 해를 돌아보는 것도, 간절히 새해 소망을 비는 일도 생활 뒤로 미뤄두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주변을 환기할 틈 정도는 벌 수 있게끔요. 어쩌면 잊었던 감정이 되살아날 수도 있겠죠. 작은 것에 큰 감흥을 느끼고, 어떤 것을 자주 간절히 소망하는 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그런 세계를 가진 존재는 우리 주변에도 아주 많은데요. 바로 어린이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렸을 적에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아주 허무맹랑하고 소박한 소원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지금과 견줄 수 있을 만큼, 혹은 뛰어넘을 만큼 소중하고 원대하지 않았나요?
운 좋게 어린이를 만난다면, 새해 소망이 무엇인지 한 번 물어보기로 해요. 당신도 모르게 품고 있던 작은 마음 하나가 발견될지도 모르니까요.
이번 문밖레터는 모두가 걸어왔던 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라는 말처럼 어린이는 우리의 첫 발자취이지만, 추억 속에 잠들어 있는 시기입니다.
오늘 문밖레터와 함께 그 기억을 깨워보는 건 어떨까요?
또 다른 우리로 자라날 존재이자, 이 순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세계.
여러분도 함께 문을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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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가 필요해요
어린이는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됩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뜻이에요. 공연계에서는 이를 인지하고,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직업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바로 ‘샤프롱’인데요. 프랑스어로, 과거에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나갈 때 그를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했어요. 현재 촬영장 또는 공연장에서는 아역 배우를 보호하는 전담 직원으로 통합니다. 원칙상 아역 배우의 보호자는 연습실과 분장실에 들어갈 수 없기에, 그들을 대신하여 건강과 연기를 관리해주는 역할이에요.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이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은 일찌감치 샤프롱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작품을 구성하는 한 인격체로서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무대에서 아무 사고 없이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성취를 이루게 하기 위함이에요. 어린이들을 온전히 지켜주는 울타리인 셈이죠.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개개인의 움직임이 있는 반면, 아동복지법의 실상은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예민하고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할 아동학대조차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아동 학대를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협회 연구에 따르면, 국내 상담원들은 1인당 평균 55.1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미국의 CPS 체계 내 적정사례관리 가정 수인 최대 17가정에 대비하여 2~3배가량 많은 사례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각 지자체는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인프라 확충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에요.
통계청은 지난 12월 27일 날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세부 수치를 살펴보면,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은 6년간 약 2배 상승하였습니다. 학대 경험률도 역대 최고치에 달했고요. 무엇보다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해 있어요. 이 시기의 삶의 질은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어린이가 희생되기 전에, 우리는 변화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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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사회 구성원
뭇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학생은 학생답게,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그리고 아이는 아이답게 행동하라고들 하죠.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가 그 나이대처럼 굴 때, 오히려 눈초리를 주지 않았나 고민해봐야 합니다.
어린이들의 권리는 손쉽게 박탈당해왔어요. 가게 앞에 ‘NO KIDS’라고 적힌 팻말을 붙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모두들 사적 자유가 평등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한 아이들은 뒤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자칫하면 ‘진상 손님’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에요. 과연 어릴 적부터 차별을 경험하고 자란 세대가 평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을까요?
한 인격체 앞에 ‘NO’라는 단어는 절대 붙여져선 안 됩니다. 특정 집단의 출입 제한은 더 큰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차별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확히 구별되지 않거든요. 언젠가 선 밖으로 우리가 밀려 나갈 수도 있어요. 이미 어떤 동네에는 노 10대 존이 존재합니다. ‘노 oo 존’이 시니어와 장애인 등 다른 취약 계층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요즘에는 노 키즈 존의 부정적인 어감을 바꾸어 케어 키즈 존이라고 지칭하는 곳도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인데요. ‘NO’가 ‘CARE’로 변해봤자, 차별의 언어인 것은 변함없습니다. 시선을 약자에게서 또 다른 약자로 돌린 것뿐이에요.
멋대로 휘두르는 차별과 혐오에 마음 다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서울시에서는 노 키즈 존에 반대하여,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이와 양육자가 편안하게 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에요. 키즈 메뉴를 판매하고, 어린이 식사 도움 용품을 비치하며, 아이가 뛰놀아도 위험하지 않도록 80㎡ 면적 이상의 업소라면 연중 상시 신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긍정적인 한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이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존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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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커다란 세계
<어린이라는 세계>는 독서 교실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과의 여러 가지 일화를 엮은 에세이입니다. 각 소제목마다 저마다의 고유성을 가진 어린이가 등장하는데요. 김소영 작가는 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가명을 붙여줄지 고심해요. 이 과정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아주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어린이를 향한 애정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몇 개 꼽아보자면, “서로 몸이 달라도 ( )자”에 ‘존중하자’ 대신 ‘같이 놀자’와 ‘반겨 주자’를 쓴 예지. 그리고 어른보다 시간이 걸릴 뿐, 지금도 할 수 있다며 왼쪽 신발 끈을 혼자 묶은 현성이가 떠오릅니다. 좋아하는 작가를 적어가더니 책을 선물해 준 자람이도요. “다 똑같은 책이어도 이 책엔 제 마음이 있어요.”라는 편지와 함께 말이에요. 어린이는 이만큼이나 다정하고 또 이만큼씩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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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하는 방법
김소영 작가는 전반에 걸쳐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는 필요하지만, 어린이가 배려받기만 할 존재는 아니다.’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도 사회생활을 하고, 품위를 지키고 싶어 하는 동시에 정치적인 존재라는 것을 지적하면서요.
조선에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어린이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어린이는 보호해야 하는 존재지, 어른과 똑같은 권리나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시민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구성원으로 인정하면서도 어른으로서 책임을 질 것, 어린이를 배려할 것을 늘 떠올리면 어린이를 존중하는 여러 방법이 나올 거예요.”라는 답변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가장 큰 핵심이기도 합니다.
사실 존중하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존댓말부터 시작해보는 거예요. 가까이 있는 어린이에게 슬며시 다가가 보세요. 그리고 같은 눈높이로 안녕하세요, 인사해보는 겁니다. 어떤가요? 당차면서도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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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역할
요즘은 어린이를 배려하고 양육하는 일을 가정과 학교의 몫으로 한정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라는 세계>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요. “우리는 동네에서 친구와 어울려 놀고 그런 모습을 보는 어른들 옆에서 자란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라고. 하지만 현재 어린이를 돌보는 일이 점점 가정의 일로 파편화되면서 아동 혐오가 가속화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어린이들의 영역은 눈에 띄게 축소되었어요.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생활의 반복이었죠. 충분히 견뎌준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공공의 장을 넓혀야 해요. 사회는 머리를 맞대고, 어린이가 성장할 토대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합니다.
‘남의 집 어른’의 존재가 더 중요해진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책에서는 남의 집 어른을 양육자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한 아이를 온전한 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우리는 동료 시민이자 앞선 세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린이들을 향한 정중한 대접과 환대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어린이들의 세계는 등한시해왔습니다. 달라진 것이라곤 우리가 커버려서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적어졌다는 것밖에 없는데 말이에요. 이제는 나도 모르게 쌓인 편견과 마주할 시간이에요.
쉽게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을 아이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란 그런 존재였지, 고개를 끄덕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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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자신이 다치지 않을 거라고 믿고 놀 수 있도록 모래를 깔아주는 게 혹은 그런 모래가 되어주는 게 어른의 역할”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기다려 주는 순간에는 작은 보람이나 기쁨도 있다. 그것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와 어른은 함께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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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의 구절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편지를 마칩니다. 어린이들의 성장을 기꺼운 마음으로 응원하며, 앞으로의 날들도 사랑합시다.
<어린이라는 세계>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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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현, <우리 빌라, 오 키즈 존>
연서는 꽤 오래 텅 비어있던 아파트 상가에 ‘Woori Villa’라는 상호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란치니 맛집이라는 소개 글을 보며 기대에 부풀지만, 막상 방문한 날에 ‘노 키즈 존’이라는 말과 함께 쫓겨나게 됩니다. 연서는 한참을 고민하다 사장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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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의 물음표
기억나는 어린이와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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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학 작품을 토대로 10일마다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큐레이션하여 들려드립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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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 outdoor_next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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